손절만 잘하면 된다?
612만 번 손절했더니 수익의 78%가 사라졌다
"종목 고르는 건 운이고, 손절이 실력이다." 주식을 조금 해본 사람이면 다 들어본 말입니다. 그래서 종목 고르기를 아예 빼고 시험했습니다. 아무 종목이나 아무 날이나 사고, 손절선만 붙였습니다. 12년치 전 종목, 612만 번입니다.
01규칙
- 전 종목, 모든 거래일 시가에 산다 (= 아무거나 아무 날이나, 612만 번)
- 최대 1개월(20거래일) 들고, 그때까지 아무 일 없으면 시가에 판다
- 살 때 0.22%를 뺀다
- 손절 s% — 종가가 산 값보다 s% 넘게 내려가 있으면 다음날 아침에 판다 (3·5·10%)
- 익절 t% — 종가가 t% 넘게 올라 있으면 판다 (5·10%)
- 트레일링 s% — 산 뒤 최고 종가에서 s% 빠지면 판다 (5·10%)
- 손절 + 익절 — 둘 중 먼저 오는 것
"종가로 판단, 다음날 시가에 실행"은 장중에 지켜보지 않는 사람이 실제로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. 갭으로 뚫고 내려가면 손절선보다 아래에서 팔립니다. 실제와 같습니다.
표에는 승률·평균·중앙값과 함께 나쁜 쪽 5%(20번 중 1번은 이보다 나쁘다)와 발동 비율, 평균 보유일을 넣었습니다. 손절은 보유를 짧게 만드니, 짧아진 만큼 다시 살 수 있다는 점을 "한 달 자본 기준"(평균 ÷ 보유일 × 20일)으로 따로 봤습니다. 중앙값은 결과를 줄 세웠을 때 가운데 값입니다.
02손절선을 붙이면
| 규칙 | 수익 난 비율 | 평균 | 중앙값 | 나쁜 쪽 5% | 최악 1% | 발동 | 평균 보유일 | 한 달 자본 기준 |
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
| 규칙 없음 | 44.7% | +0.67% | −0.88% | −19.9% | −32.7% | — | 20.0 | +0.67% |
| 손절 3% | 26.9% | +0.15% | −3.36% | −8.4% | −14.1% | 68.0% | 10.3 | +0.29% |
| 손절 5% | 33.7% | +0.20% | −4.60% | −10.3% | −16.0% | 54.8% | 13.1 | +0.30% |
| 손절 10% | 41.5% | +0.27% | −1.77% | −14.5% | −20.3% | 30.2% | 17.0 | +0.32% |
| 트레일링 5% | 35.2% | +0.08% | −2.67% | −9.4% | −14.6% | 80.0% | 10.4 | +0.16% |
| 트레일링 10% | 40.7% | +0.21% | −1.93% | −13.7% | −19.1% | 46.5% | 15.7 | +0.27% |
먼저 손절이 약속을 지킨 것부터. 규칙 없이 한 달 들면 20번 중 1번은 −19.9%보다 나쁘고, 100번 중 1번은 −32.7%보다 나쁩니다. 손절 3%를 붙이면 그게 −8.4%와 −14.1%가 됩니다. 꼬리가 절반으로 잘립니다. 이게 손절이 파는 상품입니다.
그리고 값. 평균 수익이 +0.67%에서 +0.15%로 줄었습니다. 78%가 사라졌습니다. 수익 난 비율은 45%에서 27%로, 중앙값은 −0.88%에서 −3.36%로 내려갔습니다. 손절 3%는 68%의 매매에서 발동했습니다. 아무 종목이나 사면 한 달 안에 3% 눌리는 게 3번 중 2번이라는 뜻이고, 그 눌림의 대부분은 다시 올라올 눌림이었습니다. 손절은 그걸 기다려주지 않습니다.
"손절해서 돈이 빨리 돌아오니 다시 사면 된다"도 봤습니다. 한 달 자본 기준으로 규칙 없음 +0.67%, 손절 3% +0.29%. 보유일이 절반으로 줄어도 절반 이상 뒤집니다.
03익절, 그리고 둘 다
| 규칙 | 수익 난 비율 | 평균 | 중앙값 | 나쁜 쪽 5% | 발동 | 평균 보유일 | 한 달 자본 기준 |
|---|---|---|---|---|---|---|---|
| 규칙 없음 | 44.7% | +0.67% | −0.88% | −19.9% | — | 20.0 | +0.67% |
| 익절 5% | 55.4% | +0.40% | +2.19% | −18.6% | 47.0% | 14.2 | +0.56% |
| 익절 10% | 48.3% | +0.59% | −0.22% | −19.4% | 28.3% | 17.1 | +0.69% |
| 손절 5% + 익절 10% | 37.1% | +0.12% | −4.20% | −10.0% | 75.0% | 10.7 | +0.21% |
| 손절 5% + 익절 5% | 43.9% | −0.00% | −2.29% | −9.7% | 85.8% | 8.5 | −0.01% |
익절 5%는 이 표에서 승률이 가장 높습니다(55.4%). 절반 넘게 이기고 중앙값도 +2.2%로 유일한 플러스입니다. 그런데 평균은 +0.40%로 규칙 없음보다 낮습니다. 오르는 종목을 5%에서 잘라버리니, 크게 갈 놈을 놓칩니다. 꼬리(−18.6%)는 그대로입니다. 승률을 사고 평균을 파는 거래입니다.
가장 많이 쓰는 조합인 손절 5% + 익절 5%는 평균이 정확히 0입니다. 86%의 매매가 8.5일 안에 어느 한쪽에 걸리고,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이 상쇄돼 비용만 남습니다. 손절 5% + 익절 10%도 +0.12%로 사실상 같습니다.
규칙은 분포의 모양을 바꿉니다. 손절은 왼쪽 꼬리를 자르고, 익절은 오른쪽 꼬리를 자릅니다.
평균을 올리는 규칙은 하나도 없었습니다.
043개월 들면, 큰 종목이면
최대 보유를 3개월로 늘리면 그림이 더 분명해집니다. 규칙 없음 평균 +2.21%, 손절 3% +0.51%, 손절 5% +0.64%. 손절 3%는 82%의 매매에서 발동하고 승률은 16.9%입니다. 석 달 동안 한 번도 3% 안 눌리는 종목이 거의 없어서, 손절 3%는 사실상 "거의 다 손절"입니다. 나쁜 쪽 5%는 −30.5%에서 −8.9%로 잘립니다. 사는 것과 내는 것의 비율은 1개월과 같습니다.
시총 1,000억 이상 큰 종목만 보면 규칙 없음 평균 +1.37%(1개월), 손절 3% +0.51%, 손절 5% +0.66%, 손절 10% +0.89%. 큰 종목은 원래 평균이 높아 손절이 가져가는 몫이 63%로 조금 줄지만 방향은 같습니다. 꼬리는 −19.1%에서 −8.3%로 역시 절반입니다.
05그러면 손절은 틀린 건가
아닙니다. 이 글은 "손절이 수익을 올리는가"를 물었고, 답은 "아니다"입니다. 손절은 수익률 도구가 아니라 보험이었습니다. 보험은 기대값을 올리지 않습니다. 최악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냅니다. 이 데이터에서 그 보험료는 평균 수익의 60~80%였고, 보험금은 꼬리 절반이었습니다.
보험을 사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. 한 종목에 크게 넣은 사람, 빚으로 산 사람, −30%를 맞으면 다음 매매를 못 하는 사람. 그 사람에게 −32.7%는 기대값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고, 그때 손절 3%의 −14.1%는 78%를 내고 살 만한 것입니다.
반대로 여러 종목에 나눠서 들고, 한 번의 −30%를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 손절선은 되돌아올 눌림에서 3번 중 2번 내리는 장치였습니다. "손절이 실력"이라는 말은 이 데이터에서는 "보험 가입이 실력"이라는 말과 같습니다. 필요한 사람에게만 실력입니다.
06한계
아무 종목이나 산 경우입니다. 종목을 고르는 기준이 있으면 손절의 값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. 다만 "종목 선정과 무관하게 손절만으로 나아진다"는 주장은 여기서 기각됩니다.
종가 판단·다음날 시가 실행입니다. 장중 손절이나 예약 매도는 조금 다르지만, 갭 하락에서 더 나쁘게 팔리는 문제는 어느 쪽이든 있습니다.
비용은 매수 0.22%만 뺐습니다. 손절 규칙은 매매 횟수를 두 배로 늘리므로 실제 비용 차이는 표보다 더 큽니다. 상장폐지 종목은 없습니다(있었으면 규칙 없음의 꼬리가 더 나쁩니다).
07그래서 정리하면
- 손절 3%는 최악의 손실을 절반으로 줄였다 (나쁜 쪽 5%: −19.9% → −8.4%)
- 그 대가로 평균 수익의 78%를 가져갔다 (+0.67% → +0.15%). 5%·10%도 60~70%
- 손절 3%는 3번 중 2번 발동했고, 그 눌림의 대부분은 되돌아올 눌림이었다
- 익절은 승률을 올리고 평균을 내린다. 손절+익절은 평균 0
- 평균을 올리는 규칙은 없었다. 손절은 수익 도구가 아니라 보험이다
손절선을 긋기 전에 물어야 할 건 "몇 %에 그을까"가 아니라 "나는 보험이 필요한 사람인가"였습니다. 한 종목에 몰아넣었으면 필요합니다. 나눠 들었으면, 이 데이터에서 손절선은 수익의 3분의 2를 내고 산 안심이었습니다.


댓글 쓰기