주식을 아무거나 사면
수익 날 확률은 반반일까
종목도 안 고르고, 시점도 안 고르고, 그냥 아무 때나 아무거나 산다면 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은 반반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. 국내주식 2,580종목의 모든 날을 전부 계산해봤습니다.
01표본을 뽑지 않고 전부 계산했습니다
"무작위로 사면"을 확인하는 흔한 방법은 아무 날이나 몇 백 번 뽑아보는 겁니다. 그러면 뽑기 운에 따라 답이 흔들립니다.
그래서 가능한 모든 경우를 전부 계산했습니다. 종목 2,580개 × 상장 이후 모든 날 = 615만 개의 시점입니다. "N일 뒤에 올랐나"를 615만 번 세었으니 이건 표본이 아니라 전수입니다.
두 가지로 나눠 봤습니다. 하나는 정말 아무 종목이나(2,580개), 다른 하나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종목만 (시가총액 1,000억 이상 · 하루 거래대금 5억 이상 · 796개)입니다.
02결과 — 50%는 없었습니다
| 보유 기간 | 아무 종목이나 | 큰 종목만 |
|---|---|---|
| 1일 | 43.97% | 45.09% |
| 1주 | 45.23% | 47.03% |
| 1개월 | 44.97% | 47.65% |
| 6개월 | 43.65% | 48.85% |
| 1년 | 42.64% | 49.32% |
| 2년 | 42.04% | 51.30% |
아무 종목이나 사면 10번 중 4번 조금 넘게 수익이 납니다. 그리고 오래 들고 있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. 오히려 조금씩 떨어집니다.
규모가 되는 종목으로 좁히면 사정이 달라집니다. 보유가 길어질수록 올라가서 2년을 들고 있으면 51.3%로 겨우 반을 넘습니다. "아무거나"와 "큰 것만"의 차이가 1년 기준 6.7%p입니다. 종목을 고르는 행위 자체에 값어치가 있다는 뜻입니다.
03왜 반반이 아닌가
시장이 나빠서가 아닙니다. 계산 구조 때문입니다.
가격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움직입니다.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.
- 10% 오른다 → 11,000원
- 10% 내린다 → 11,000 × 0.9 = 9,900원
오르고 내렸는데 본전이 아니라 −1%입니다. 순서를 바꿔도 결과는 같습니다.
오를 확률과 내릴 확률이 정확히 반반이어도, 오르내림을 겪고 나면 제자리보다 아래에 있게 됩니다. 이걸 변동성 끌림이라고 부릅니다. 많이 흔들리는 종목일수록 이 손해가 큽니다.
그래서 딱 가운데 있는 사람의 수익률(중앙값)이 마이너스가 됩니다. 아무 종목이나 사서 1년 들고 있으면 중앙값이 −5.5%, 2년이면 −8.9%입니다.
이건 "한국 시장이 나쁘다"는 이야기가 아닙니다. 가격이 곱셈으로 움직이는 모든 자산에서 똑같이 일어납니다.
04그런데 평균은 크게 플러스입니다
여기가 헷갈리는 지점입니다. 위 차트 오른쪽을 보세요. 중앙값은 계속 내려가는데 평균은 계속 올라갑니다.
| 보유 기간 | 수익 난 비율 | 평균 | 중앙값 |
|---|---|---|---|
| 1개월 | 44.97% | +0.84% | −0.70% |
| 1년 | 42.64% | +11.97% | −5.47% |
| 2년 | 42.04% | +38.34% | −8.91% |
2년을 들고 있으면 10명 중 6명은 잃는데 평균은 +38%입니다. 모순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.
잃는 사람은 조금씩 잃고, 버는 사람 중 일부가 아주 크게 법니다. 주식은 아래로는 −100%가 한계지만 위로는 +500%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. 소수의 큰 성공이 평균을 통째로 끌어올립니다.
"평균 수익률"과 "내가 벌 확률"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. 평균이 +38%라고 해서 내가 벌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.
05하루 단위로 쪼개봐도 같습니다
보유 기간을 길게 잡아서 그런 걸까요. 하루짜리 봉 하나만 놓고 봐도 똑같습니다. 국내주식 일봉 615만 개를 전부 세어봤습니다.
| 구분 | 비율 |
|---|---|
| 양봉 (종가 > 시가) | 42.96% |
| 음봉 (종가 < 시가) | 50.32% |
| 도지 (종가 = 시가) | 6.71% |
시가보다 높게 끝난 날이 43%뿐입니다. 시가와 종가가 똑같은 날(6.7%)을 빼고 방향이 정해진 날만 봐도 46.1%입니다.
그런데 여기서도 앞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. 양봉일 때는 평균 +2.29% 오르고, 음봉일 때는 평균 −2.08% 내립니다. 오르는 날이 적은 대신, 오를 때 조금 더 크게 오릅니다.
이것이 "확률은 반반 아래, 평균은 플러스"가 만들어지는 자리입니다. 보유 기간이 아니라 하루 안에서 이미 그렇게 생겨 있습니다.
06이 숫자도 실제보다 좋게 나온 것입니다
얼마나 더 낮은지는 이 데이터로 알 수 없습니다.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. 42%는 후한 쪽으로 계산된 숫자입니다.
여기 나온 수치는 수수료와 세금을 빼기 전이기도 합니다. 실제로 사고팔면 그만큼 더 내려갑니다.
07그래서 무엇을 알 수 있나
- 아무거나 사면 반반이 아니라 4할 정도입니다. 오래 들고 있어도 나아지지 않습니다.
- 종목을 고르면 올라갑니다. 규모가 되는 종목만 봐도 1년 기준 6.7%p 차이가 납니다.
- 평균과 확률을 섞지 마세요. 평균 +38%인 구간에서도 6할은 잃습니다.
매매 전략을 만들 때 이 숫자가 넘어야 할 선이 됩니다. 승률 45%짜리 전략을 만들었다면 그건 아무거나 산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. 승률이 50%를 넘겨도, 중앙값이 마이너스라면 아직 무작위와 구별되지 않습니다.
비교 대상 없이 나온 수익률은 잘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.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거나 샀을 때가 그 비교 대상입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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